베란다 텃밭에 가을 작물을 심다 보면, 10월을 넘기고도 시금치를 심을 수 있을지 궁금해지는 시기가 옵니다. 마늘이나 월동 작물을 이미 넣었다면, 남은 자리에 시금치까지 더할 수 있을지 따져보게 되지요. 짧게 답하면, 시금치는 추위에 꽤 강한 채소라 10월에는 씨를 뿌려도 되고 11월에는 씨보다 모종을 심는 쪽이 유리합니다. 왜 그런지, 베란다라는 조건에서는 어떻게 달라지는지 하나씩 짚어보겠습니다.
시금치는 추위를 꽤 잘 견디는 채소입니다
시금치는 원래 서늘한 날씨에 잘 자라는 저온성 작물입니다. 미국 클렘슨대학교 익스텐션(Clemson HGIC)에 따르면 다 자란 시금치는 영하 6~7도(화씨 20도) 정도까지는 별다른 피해 없이 견딥니다. 캘리포니아대학교(UC IPM)의 병해충관리 안내에서도 어느 정도 자란 포기는 영하 9~7도(화씨 15~20도) 사이의 날씨를 수주간 버텨낸다고 설명합니다. 다만 막 올라온 어린 싹은 같은 추위에도 더 쉽게 상할 수 있다고 함께 언급합니다.
즉 “서리 좀 맞았다고 큰일 나는” 채소는 아닙니다. 문제는 추위 자체가 아니라, 씨를 뿌렸을 때 그 추위 속에서 제때 싹이 올라오느냐입니다.
10월과 11월, 씨가 받는 온도가 다릅니다
같은 UC IPM 자료를 보면 시금치가 가장 잘 자라는 온도는 섭씨 4~24도 사이이고, 그중에서도 16~18도 구간에서 가장 빠르게 자랍니다. 발아에 가장 좋은 흙 온도는 섭씨 21도 안팎이며, 섭씨 4도 정도로 낮아지면 싹이 올라오는 데만 열흘 가까이 걸립니다. 반대로 흙 온도가 섭씨 29도를 넘으면 오히려 싹이 잘 안 틉니다.
서울 기준으로 10월은 한낮 기온이 여전히 10도대 후반에서 20도 안팎을 오가는 날이 많아 씨를 뿌려도 발아 온도 범위에 든 날이 많습니다. 하지만 11월 중순을 넘기면 낮 기온도 10도 안쪽으로 떨어지는 날이 늘고, 밤에는 영상 한 자릿수나 그 아래로 내려가는 날도 생깁니다. 이 시기에 씨를 뿌리면 싹이 트는 데 2주 이상 걸리거나, 아예 트지 않는 씨도 나올 수 있습니다.
베란다라는 조건이 더해지면 이야기가 조금 달라집니다
다만 이 수치들은 노지(바깥 밭)를 기준으로 한 자료입니다. 난방을 하지 않는 베란다라도 사방이 막혀 있어 바깥보다는 기온이 높게 유지되는 편이고, 낮에 해가 드는 베란다라면 화분 흙 온도가 바깥 노지보다 몇 도 더 올라갑니다. 정확히 몇 도 차이가 나는지는 베란다 구조와 방향마다 달라 하나의 수치로 말하기는 어렵지만, 바깥보다는 발아에 유리한 쪽이라고 보면 됩니다.
그래서 11월의 베란다라면 씨뿌림이 아예 불가능하지는 않습니다. 다만 노지 기준 발아 적온(섭씨 21도 안팎)보다는 낮은 온도일 가능성이 커서, 씨를 바로 뿌리기보다는 이미 싹을 틔운 모종을 구해 심는 쪽이 발아 실패 위험을 줄이는 방법입니다. 모종은 추위 견디는 힘이 씨보다 강해서, 자리만 잘 잡으면 영하로 떨어지는 날에도 서리 피해 정도로 넘어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지금 심는다면 이렇게 확인해보세요
10월에 씨를 뿌릴 생각이라면 흙을 1~2센티미터 깊이로 얕게 파고 씨를 넣은 뒤 물을 충분히 주고, 싹이 나올 때까지 흙이 마르지 않게 신경 쓰면 됩니다. 11월에 들어섰다면 모종 시장이나 화원에서 시금치 모종을 구해 심는 쪽을 먼저 고려해보세요. 심은 뒤에는 화분을 베란다에서 해가 가장 잘 드는 자리로 옮기고, 한파가 예보된 날에는 부직포나 비닐로 화분째 덮어주는 것만으로도 어린 싹을 지키는 데 도움이 됩니다.
물은 추운 날씨에는 과하게 주지 않는 편이 낫습니다. 흙이 계속 젖어 있으면 뿌리가 상하기 쉽고, 추위와 겹치면 더 느리게 회복됩니다. 겉흙이 마른 걸 확인하고 주는 정도면 충분합니다. 반대로 너무 늦게, 가령 12월에 들어서 씨를 뿌리는 것은 권하기 어렵습니다. 흙 온도가 발아 가능한 범위 아래로 떨어지는 날이 많아지기 때문입니다.
정리하면, 베란다 시금치는 10월이 씨뿌림의 적기이고, 11월에는 모종을 심는 쪽이 실패가 적은 방법입니다. 추위 자체보다는 씨가 트는 온도를 맞춰주는 것이 관건이라는 점만 기억해두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