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구마를 사 오면 일단 냉장고부터 여는 분들이 많은데, 사실 고구마는 냉장고와 잘 안 맞는 식재료입니다. 냉장실 온도가 고구마가 좋아하는 온도보다 너무 낮기 때문인데요, 얼마나 차이가 나는지부터 짚어보겠습니다.
고구마 저장 적정온도와 저온 피해 기준
국민콜110(국민권익위원회 정부민원안내콜센터)이 안내하는 고구마 저장법을 보면, 캐낸 직후에는 30~33℃, 습도 90% 조건에서 4일 정도 두어 표면 상처를 아물게 하는 ‘큐어링’ 과정을 거친 뒤, 본격적인 저장은 12~15℃에 습도 85~90%를 유지하라고 돼 있습니다. 농촌진흥청 보도자료에서도 고구마 저장 적정온도를 13~15℃로 안내하고 있어서, 기관마다 표시한 범위가 1도 정도 다르긴 해도 큰 흐름은 비슷합니다.
당진시농업기술센터 농촌진흥과 자료에는 좀 더 구체적인 위험 기준도 나와 있는데, 10℃ 이하에서 7일 이상 지나면 저온 피해가 시작된다고 합니다. 온상 안에서는 최저 7~8℃가 일주일 넘게 이어지면 썩는 경우도 있다고 하고요.
냉장실 온도(5℃ 이하)와 고구마 저온 피해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식중독 예방을 위해 냉장고 냉장실을 5℃ 이하, 냉동실은 영하 18℃ 이하로 유지하라고 안내하고 있습니다(냉장고 온도 관리 전반은 예전에 다룬 여름철 냉장고 정리, 이렇게 안 하면 식중독 위험이 커집니다 글에도 정리해뒀습니다). 이건 식중독균 증식을 막기 위한 기준이라 고구마 저장온도 기준과 목적 자체가 다르긴 한데, 어쨌든 숫자로만 보면 냉장고 냉장실 온도(5℃ 이하)는 고구마의 저온 피해 기준선인 10℃보다도 낮습니다. 그러니 고구마를 냉장실에 넣어두면 저온 피해 위험 구간에 계속 머무르게 되는 셈입니다.
저온 피해를 겪은 고구마는 “썩는다”, “맛이 없어진다” 정도로만 알려져 있습니다.
가정용 고구마 보관 장소와 수확 시기
큐어링 시설이나 저장고가 없는 일반 가정에서 12~15℃를 정확히 맞추기는 쉽지 않죠. 국민콜110 안내에 나온 가정용 방법은 온도가 어느 정도 유지되는 빈방이나 방 윗목에 두꺼운 널빤지를 깔고, 그 위에 고구마 담은 박스를 놓은 뒤 천이나 비닐로 덮어두는 방식입니다. 현관이나 베란다처럼 겨울에도 영하로는 안 떨어지되 난방이 직접 닿지 않는 자리가 이 조건에 비교적 가깝습니다.
한 가지 더 챙길 부분은 수확·구입 시기인데, 첫서리가 내리기 전에는 밭에서 캐내는 게 원칙이라고 안내돼 있습니다. 서리를 맞을 정도로 기온이 내려가면(대략 9℃ 이하) 그 자체로 손상이 시작되기 때문입니다. 마트에서 사는 입장에서는 직접 조절할 수 있는 부분은 아니지만, 너무 늦게 산 고구마가 유난히 물러 있다면 이런 이유일 수 있습니다.
고구마 보관 온도·장소 요약
고구마는 12~15℃ 안팎, 습도 85~90%를 좋아하는 식재료이고, 가정용 냉장고 냉장실(5℃ 이하)은 이 범위보다 한참 낮습니다. 그렇다고 냉장고에 며칠 넣었다고 바로 못 먹게 되는 건 아니지만, 오래 두고 먹을 고구마라면 냉장실보다는 서늘하고 통풍되는 실온 자리를 찾아주는 편이 저온 피해 기준에는 더 맞습니다. 이미 썰어놓았거나 삶아둔 고구마는 상황이 다르니, 그 경우는 냉장 보관이 오히려 맞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