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손질하는 법, 맨손으로 까면 안 되는 이유와 하루 섭취량

길가에 떨어진 은행을 봉지에 주워 담아 왔다가, 막상 겉껍질을 까려고 맨손으로 만졌더니 손이 화끈거리고 가려워진 경우가 있습니다. 왜 이런 반응이 생기는지, 안전하게 손질하는 법과 하루에 얼마나 먹어도 되는지 정리했습니다.

은행 겉껍질, 맨손으로 만지면 안 되는 이유

은행 열매의 물컹한 겉껍질(외종피)에는 긴코산(ginkgolic acid)이라는 성분이 들어 있습니다. 미국 피부과 학술지 Cutis에 실린 자료를 찾아보니, 이 성분이 피부에 닿으면 붉은 발진과 물집, 부기 같은 알레르기성 접촉피부염을 일으킬 수 있다고 합니다. 옻나무·캐슈나무·망고나무가 속한 옻나무과(Anacardiaceae) 식물과 교차반응을 일으킨다는 설명도 있어, 평소 옻이 잘 오르는 편이라면 은행 겉껍질에도 비슷하게 반응할 수 있습니다.

미국 조지아대학교 산림자원학부가 USDA·카운티 협력기관과 함께 만든 은행 씨앗 처리 안내를 보면, 겉껍질에는 부티르산·헥산산 성분도 있어 피부 자극은 물론 눈에 닿으면 화끈거릴 수 있다고 적혀 있습니다. 그래서 고무장갑 정도가 아니라 팔뚝까지 올라오는 긴 장갑과 보안경을 쓰라고 권합니다.

장갑 끼고 손질하는 법

위 안내가 소개하는 방법은 이렇습니다. 플라스틱 통에 물을 받아 은행을 담그고, 주방세제를 약간 풀어도 됩니다. 손으로 비비고 주무르면서 물컹한 겉껍질을 벗겨내는데, 찬물에서 작업하면 냄새가 덜합니다. 한 번에 다 안 벗겨지면 물을 갈아가며 서너 번 헹구고 비비는 과정을 반복합니다. 이 안내는 나무를 심으려고 씨앗을 모으는 산림 관련 자료라 식용을 목적으로 쓴 글은 아니지만, 겉껍질을 다루는 방법 자체는 식용으로 손질할 때도 그대로 적용됩니다.

장갑과 보안경은 작업이 끝날 때까지 벗지 않는 편이 안전합니다. 다 쓴 장갑과 작업에 쓴 통은 바로 씻어 겉껍질 성분이 남지 않게 하고, 손질하는 동안에는 어린아이를 가까이 오지 못하게 하는 것도 이 안내에 담긴 내용입니다.

껍질 깐 은행, 하루 몇 알까지 괜찮을까

서울시 보건환경연구원이 안내한 기준으로는 어른은 하루 10알 미만, 어린이는 2~3알 정도까지만 먹도록 하고 있습니다. 반드시 충분히 익혀 먹어야 한다는 점도 함께 안내합니다.

그런데 홍콩 식품안전센터 자료를 보면, 익힌 은행이라도 한 번에 10알 정도만 먹고 급성 중독이 생긴 사례가 있다고 소개돼 있습니다. 구역질·구토·설사·복통 같은 증상이 먹은 뒤 1~12시간 사이에 나타나고, 심한 경우 의식이 흐려지거나 경련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안내합니다. 두 자료의 숫자가 완전히 같지는 않지만, “익혀도 많이 먹으면 위험하다”는 점과 “어린이는 성인보다 훨씬 적게 먹어야 한다”는 방향은 같습니다.

이런 중독이 생기는 이유는 은행 속에 있는 긴코톡신(ginkgotoxin, 4′-O-메톡시피리독신) 때문입니다. 국제 학술지에 실린 중독 사례 리뷰를 찾아보니, 이 성분이 몸속에서 비타민 B6가 일하는 것을 방해해 경련 같은 신경 증상을 일으킨다고 설명돼 있습니다. 열을 가해도 이 독성 물질 자체는 완전히 없어지지 않는다는 점도 홍콩 식품안전센터 자료에 나와 있어, 볶았으니 안심해도 된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집에 어린이가 있다면 익힌 은행이라도 몇 알만 맛보게 하고, 성인도 한 끼에 10알을 넘기지 않는 쪽이 안전합니다.

손질한 은행 보관, 냉동일까 냉장일까

손질을 마친 은행을 어떻게 두는 게 좋은지는 글마다 조금씩 엇갈립니다. 냉동실에 넣어야 오래 간다는 글과, 냉동실에 두면 오히려 속이 말라서 냉장 보관이 더 낫다는 글이 함께 보여 어느 쪽이 맞다고 단정하기는 어렵습니다. 다만 딱딱한 속껍질까지 벗겨낸 뒤에 보관한다는 점은 여러 글에서 공통적으로 확인됩니다.

귤 보관법에서도 다뤘듯, 같은 가을·겨울 제철 먹거리라도 품목마다 맞는 보관 조건이 다른 경우가 많습니다. 보관 방법을 정하기 전에 겉껍질을 먼저 제거했는지부터 확인하고, 냉동·냉장 중 집에서 더 빨리 소비하는 쪽을 기준으로 고르는 정도가 무난합니다.

정리하자면 겉껍질을 맨손으로 만지지 않는 것, 충분히 익혀서 적당량만 먹는 것, 이 두 가지가 핵심입니다. 장갑 없이 이미 만져서 피부가 가렵거나 발진이 생겼다면 만진 부위를 씻어내고 필요하면 피부과 진료를 받는 것이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