튤립 구근 지금 심어도 될까? 화분에서 꽃 피우는 저온 관리법

화원이나 꽃시장에 튤립, 수선화 구근이 쏟아져 나오는 계절입니다. 지금 심어도 되는 걸까요, 아니면 이미 늦은 걸까요?

결론은 간단합니다. 튤립이나 수선화처럼 가을에 심는 구근(추식구근)은 지금부터 11월까지가 심기 적당한 시기입니다. 다만 노지(화단)와 화분(베란다)은 심는 방법과 이후 관리가 조금 다릅니다.

가을에 심어야 꽃이 피는 이유

농촌진흥청 웹진 안내에 따르면 튤립과 수선화는 가을에 구근을 심고 겨울 동안 저온을 거쳐야(춘화처리) 봄에 꽃이 핀다고 설명합니다. 봄에 심으면 이 저온 기간을 채울 수 없어 잎만 자라고 꽃대가 올라오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따뜻해지면 심어야지” 하고 미루면 오히려 늦는 구근입니다.

심는 시기, 날짜보다 흙의 온도로 판단하세요

정확히 몇 월 며칠까지 심어야 하는지는 그해 날씨에 따라 달라서 날짜 하나로 못 박기는 어렵습니다. 대신 참고할 만한 기준이 있어요. 미국 아이오와주립대 익스텐션은 땅이 얼지 않았다면 11월, 심지어 12월에 심어도 괜찮다고 안내합니다. 원예업체 Longfield Gardens는 땅속 15cm 깊이의 흙 온도가 15℃ 이하로 떨어졌을 때를 심는 시점으로 권장하고요. 두 자료 모두 미국 기준이라 한국 기후와 정확히 들어맞지는 않지만, “서늘해질 때까지 기다렸다가 심는다”는 원리는 비슷하게 적용해볼 만합니다. 보통 중부지방은 10월 중하순, 남부지방은 11월 초중반이 흙이 서늘해지는 시기와 비슷해요.

심는 깊이와 방향

농촌진흥청은 물 빠짐이 좋도록 마사토나 펄라이트를 섞은 흙을 쓰라고 안내합니다. 구근 전체가 흙에 완전히 묻히도록 심고, 뿌리가 날 바닥 부분은 아래로, 눈이 있는 뾰족한 부분은 위로 향하게 놓으면 됩니다. 구체적인 깊이 숫자가 필요하면 Longfield Gardens 기준으로 구근 높이의 3배 정도, 대략 15~20cm가 적당합니다.

화분·베란다에서 심을 때 다른 점

노지에 심으면 겨울 동안 땅속 온도가 자연히 내려가면서 저온 기간이 저절로 채워집니다. 문제는 화분이에요. 난방이 되는 베란다나 실내에 화분을 두면 이 저온 기간을 못 채워서, 잎만 나고 꽃은 안 피는 일이 흔하게 생깁니다. 퍼듀대 익스텐션에 실제로 올라온 사례도 지하실 보관 온도가 충분히 낮지 않아 저온 기간을 못 채운 경우였는데, 이미 싹이 난 뒤에는 되돌릴 방법이 없다고 합니다.

화분에서 꽃을 보려면 구근을 심은 화분을 2~7℃ 정도의 서늘한 곳(비닐하우스 느낌이 아닌, 난방이 안 되는 베란다나 창고)에 두고 약 12~16주(기관별로 8주까지 짧게 보는 곳도 있어 범위가 다소 다릅니다) 저온 기간을 채운 뒤, 싹이 올라오면 밝고 따뜻한 곳으로 옮기면 됩니다.

냉장고에 보관해도 될까

공간이 부족해 구근을 냉장고 과일칸에 넣어두는 경우가 있는데, 사과나 바나나처럼 익어가면서 에틸렌 가스를 내는 과일과 함께 두면 구근 속 꽃눈이 손상될 수 있다고 Longfield Gardens는 안내합니다. 이렇게 되면 봄에 잎은 나와도 꽃은 안 피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에틸렌 가스가 과일 보관에 미치는 영향은 사과 옆에 둔 바나나, 유난히 빨리 물렀다면 이유가 있습니다에서 좀 더 자세히 다뤘습니다.) 구근은 과일과 떼어 종이봉투나 망에 담아 구멍을 몇 개 내 숨을 쉬게 하고, 냉동실이 아닌 냉장실 안쪽(온도 변화가 적은 곳)에 두는 편이 안전합니다.

꽃이 늦게 피거나 안 필 때 체크할 점

심은 지 한 철이 지나도 꽃이 안 보인다면 저온 기간이 부족했을 가능성이 가장 큽니다. 노지라면 겨울이 유난히 포근했거나 심은 깊이가 얕아 온도 변화를 많이 받았을 수 있고, 화분이라면 보관 장소가 충분히 서늘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반대로 꽃이 예년보다 빨리 올라온다면 저온 기간을 채운 뒤 따뜻한 곳으로 옮긴 시점이 빨랐다는 뜻으로 볼 수 있습니다.

정리하면, 지금부터 11월까지가 추식구근을 심을 수 있는 시기이고, 노지는 심는 깊이와 방향만 지키면 되지만 화분은 저온 기간을 보낼 서늘한 장소를 따로 챙겨야 한다는 점이 다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