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거지할 때 쓰는 수세미에서 쉰내가 올라오면 찝찝하실 텐데요, 냄새가 안 난다고 해서 깨끗한 건 아닙니다. 수세미는 주방 용품 중에서도 세균이 가장 빨리, 가장 많이 자라는 물건으로 꼽힙니다.
수세미, 왜 유독 세균이 많이 생길까
독일 푸르트방엔대학교(Furtwangen University) 연구팀이 2017년 국제학술지 사이언티픽 리포츠(Scientific Reports)에 발표한 연구에서는, 실제로 사용하던 주방 수세미 14개를 수거해 유전자 분석을 했습니다. 그 결과 수세미 한 개에서 많게는 362종의 세균이 확인됐고, 세균 밀도가 가장 높은 곳은 1㎤당 최대 450억 마리에 달했어요. 연구를 이끈 마르쿠스 에게르트(Markus Egert) 교수는 이 밀도가 사람의 장(腸) 안보다도 높은 수준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수세미는 음식물 찌꺼기와 물기를 동시에 머금고 있어서, 세균이 자라기 좋은 조건이 계속 유지되는 구조입니다.
솔보다 수세미가 더 지저분한 이유
노르웨이 국책 식품연구기관 노피마(Nofima)가 2022년 학술지 저널 오브 어플라이드 마이크로바이올로지(Journal of Applied Microbiology)에 발표한 연구에서는 수세미와 설거지용 솔(브러시)을 비교했습니다. 포르투갈과 노르웨이 가정에서 실제로 쓰던 수세미·솔을 모아 세균을 분석한 결과, 솔 쪽이 수세미보다 세균 수가 뚜렷하게 적었어요. 연구팀은 그 이유로 건조 속도 차이를 꼽았습니다. 솔은 사용 후 물기가 금방 빠지지만, 수세미는 스펀지 구조 때문에 안쪽까지 계속 축축한 상태로 남아 세균이 번식할 시간을 벌어준다는 설명입니다.
전자레인지·식기세척기로 소독하면 될까
미국 농무부 산하 농업연구청(ARS)이 2007년 발표한 실험에서는, 세균으로 오염시킨 수세미를 여러 방법으로 처리해 효과를 비교했습니다. 물에 적신 수세미를 전자레인지에 1분 돌렸을 때 세균이 99.99999% 줄었고, 식기세척기의 건조 코스를 거쳤을 때는 99.9998% 줄었어요. 반면 레몬즙이나 표백제 용액에 1~3분 담그는 방법은 세균의 37~87%만 없어져, 상한 음식을 만질 때 문제가 될 수 있는 세균이 꽤 남는 수준이었습니다. 전자레인지에 넣을 때는 수세미가 완전히 젖어 있어야 하고 금속 수세미나 철수세미가 섞여 있으면 안 됩니다.
다만 노피마 연구팀은 가열이나 끓는 물 소독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고 조언했습니다. 같은 ‘소독’이라도 연구마다 조건이 다릅니다. ARS 실험은 깨끗한 수세미를 한 번 오염시킨 뒤 바로 소독 효과를 측정한 결과이고, 노피마 쪽 조언은 매일 반복해서 쓰는 수세미를 장기간 위생적으로 유지하는 관점에 가깝습니다. 한 번 소독했다고 수세미를 계속 써도 된다는 뜻은 아니라는 점을 염두에 두면 됩니다.
그래서 얼마나 자주 바꿔야 할까
교체 주기도 전문가마다 조금씩 다르게 이야기합니다. 미국 드렉셀대학교 식품미생물학자 제니퍼 퀸런(Jennifer Quinlan)은 1~2주마다 수세미를 새로 바꾸고 그 사이에는 며칠에 한 번씩 전자레인지나 식기세척기로 소독하라고 권합니다. 앞서 언급한 노피마 연구팀은 2~3주를 기준으로 제시했습니다. 두 권고를 합치면 대략 1~3주 사이, 냄새가 나기 전이라도 그 주기가 되면 바꿔주는 게 안전한 쪽입니다.
확인한 핵심을 정리하면, 수세미는 구조상 솔보다 세균이 생기기 쉽고 전자레인지·식기세척기 소독이 레몬즙이나 표백제보다 훨씬 효과적이라는 점입니다. 그래도 소독은 교체를 늦추는 보조 수단으로 쓰고, 냄새가 없어도 1~3주 안에는 새 수세미로 바꿔주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