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혼 초 살림 새내기 시절, 주방에 기름 한 통만 두고 모든 요리에 다 쓰던 때가 있었어요. 그러다 한번은 비싼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유로 삼겹살을 구웠는데, 연기가 평소보다 훨씬 많이 올라오더라고요. 고기 다 굽고 나니 주방에 탄내가 한참 남아있었고요. 그제서야 검색을 통해 기름도 용도별로 다르게 쓴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저는 그 이후로부터 기름을 몇 가지 종류 구비해놓고 요리별로 나눠 쓰기 시작했는데요, 오늘은 그 기준을 정리해봤습니다.
기름 고를 때 가장 먼저 봐야 할 건 ‘발연점’이에요
발연점은 기름이 연기를 내기 시작하는 온도를 말해요. 이 온도를 넘겨 오래 가열하면 기름이 분해되면서 산화·분해 생성물이 늘어날 수 있고, 맛과 향도 떨어지기 시작합니다. 발연점 수치는 자료마다 편차가 꽤 큰데, 쉽게 기억하면 정제한 기름은 센 불에 강하고, 압착유는 향은 좋지만 고온에는 약한 편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기름별 발연점과 용도 한눈에 보기
아래 수치는 대략적인 기준이에요. 제품과 정제 방식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니 참고용으로 봐주세요.
| 기름 종류 | 대략적인 발연점 | 향·풍미 | 잘 맞는 요리 |
|---|---|---|---|
| 아보카도유(정제) | 약 250℃ | 거의 없음 | 튀김, 시어링 구이 |
| 포도씨유 | 약 220℃ | 담백함 | 볶음, 구이, 부침 |
| 카놀라유 | 약 220℃ | 거의 없음 | 튀김, 볶음, 부침 |
| 해바라기유(정제) | 약 220℃ | 거의 없음 | 튀김, 부침 |
| 옥수수유 | 약 230℃ | 담백함 | 볶음, 부침 |
| 콩기름(식용유) | 약 210℃ | 담백함 | 한식 볶음, 부침, 튀김 |
| 퓨어 올리브유 | 약 200~230℃ | 은은함 | 볶음, 가벼운 부침 |
|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유 | 약 170~200℃ | 강함 | 샐러드, 마무리 |
| 참기름 | 약 160~180℃ | 매우 강함 | 무침, 마무리 |
| 들기름 | 약 160~170℃ | 매우 강함 | 무침, 마무리 |
1. 튀김·고온 요리 (200℃ 이상)
카놀라유는 유채씨에서 짜낸 기름으로, 발연점이 높은 편이고 맛이 거의 없어서 재료 본연의 맛을 해치지 않아요. 가격 부담도 적고 어디서나 쉽게 구할 수 있어서, 저는 볶음이나 튀김처럼 불을 쓰는 요리는 거의 카놀라유 하나로 해결하는 편이에요. 예전엔 이것저것 여러 병 사놓고 썼는데, 지금은 불 쓰는 요리는 거의 카놀라유로 정착했어요.
정제 해바라기유도 발연점이 높아 튀김·부침에 무난하고, 시어링 구이처럼 200℃를 훌쩍 넘기는 요리라면 아보카도유가 식물성 기름 중 발연점이 가장 높은 축에 속해서 잘 맞습니다. 다만 가격대가 있는 편이라 저는 특별한 날에만 꺼내 쓰는 정도예요.
2. 볶음·부침 요리 (180~220℃)
콩기름(대두유)은 흔히 ‘식용유’라 부르며 가장 많이 쓰는 기름이에요. 한식 볶음·부침에 두루 맞고 가격 부담이 가장 적어서, 저희 어머니는 아직도 이거 하나만 쓰세요.
포도씨유는 담백해서 볶음이나 구이에 많이 쓰더라고요. 옥수수유도 이 구간에서 무난하게 쓸 수 있고요. 퓨어 올리브유(정제 올리브유를 섞은 제품)도 여기 들어가는데, 엑스트라 버진과 달리 정제를 거쳐 발연점이 높아진 대신 올리브유 특유의 향은 옅어져요. 그래서 올리브유를 볶음에도 쓰고 싶다면 엑스트라 버진이 아니라 퓨어를 고르는 게 맞습니다.
3. 샐러드·무침·마무리용 (열을 거의 안 쓰는 요리)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유는 올리브 열매를 정제 없이 그대로 압착해 향과 영양이 가장 풍부한 대신, 발연점이 낮아 고온 요리에는 잘 안 맞아요. 저는 이 기름은 요리에 쓴다기보다 샐러드에 뿌리거나, 완성된 파스타 위에 마지막으로 살짝 둘러줄 때만 씁니다. 그런데 이것도 많이 헷갈리는 부분인데요,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유가 열에 아예 못 쓰는 건 아니에요. 저도 샐러드용으로만 써야 하는 줄 알았는데, 중약불에서 가볍게 볶을 때 쓰는 분들도 꽤 있더라고요. 다만 튀김처럼 온도를 확 올리는 요리에는 맞지 않는다고 보시면 됩니다.
참기름과 들기름도 이 구간이에요. 둘 다 가열하면 향이 날아가고 쉽게 타서, 나물 무침이나 완성된 요리에 마지막에 넣어 향을 살리는 쪽이 좋습니다. 들기름은 오래 두면 금방 맛이 변하더라고요. 저는 작은 병으로 사서 냉장고에 넣어두고 씁니다.
요리법별로 정리하면 이렇게 돼요
| 요리 방법 | 추천 기름 |
|---|---|
| 튀김·시어링 구이 | 아보카도유, 카놀라유, 정제 해바라기유 |
| 볶음·부침·전 | 콩기름, 포도씨유, 옥수수유, 퓨어 올리브유 |
| 샐러드·드레싱 |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유 |
| 나물 무침·마무리 향 | 참기름, 들기름 |
그래서 저는 지금 이렇게 씁니다
한때는 이 기름 저 기름 다 사서 냉장고 문 한 칸을 통째로 차지했었어요. 지금은 정리해서 카놀라유,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유, 참기름 딱 세 가지만 두고 씁니다. 튀김·볶음은 카놀라유, 샐러드나 마무리는 올리브유, 나물 무칠 땐 참기름. 이것만 해도 훨씬 편하고, 예전처럼 기름 여러 개 쟁여놓고 유통기한 걱정하는 일도 없어졌어요.